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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
▒ "넌 어떤 편이야?"
그 당시엔 편을 나누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얘기를 하다가도 꼭 친구들은 '넌 어떤 편이야?' 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나뉘어 대립해 있던 시절이었다. 세계는 미국과 소련으로, 나라는 남과 북으로, 운동회에선 청군과 백군이, 영화에선 좋은 놈과 나쁜 놈이.
랄라라랄라라 랄라라 라
▒ 너무 많이 살아서 그렇다, 이 좁은 땅에.
그렇게 이해하고자, 나는 노력한다. 언제나 노력한다. 노력이 필요한 땅이다. 축복의 땅 가나안은 멀고 먼 곳에 있다. 세상은, 가나안이 아니면 애굽이다. 나를 따르라? 서른을 넘긴 한국인에게 정확한 R발음을 가르친다는 건…… 사실 바다를 가르는 것보다 힘들다. 이제는 따라오란 얘기도 내 입으론 못 하겠다. 힘들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출근 전의 새벽에, 또 퇴근 후의 야밤에도 꾸역꾸역 몰려오는 저 인파는 사실 그래서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꾸역꾸역 오늘도 '알'을 'R에 가깝게 발음하려 애쓰는 학생들의 얼굴을 쳐다보다, 그만 뜬금없이 묻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이토록 영어를 배우려 애쓰시죠?"
뜬금없는 질문에 뭐라 대답은 하지 않고, 다들 웃었다.
웃기는.
▒ 슈퍼맨은 잠시 어떤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물끄러미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는 건 어때?"
"그럭저럭이야."
안간힘을 쓰며, 내가 대답했다.
"그려러니…… 하고 살아,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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