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간 2008년 10월 3일 ~ 5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시간 10월3일 -7시30분 / 10월 4,5일 – 4시 7시30분







Synopsis

염소와 사랑에 빠진 위대한 건축가의 불온한 ‘비극
마틴은 자신의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위대한 건축가다.
진실로 사랑하는 아내, 게이이긴 하지만 크게 모난데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아들, 건축가로서의 최고의 명성 등등…. 오늘 50회 생일을 맞은 그는 바야흐로 인생의 최고절정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그의 오랜 친구 로스가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집에와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무에게도 말 못할 그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바로 다름 아닌 ‘염소’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이 황당한 사실 앞에서 로스는 마틴의 아내 스티비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워 편지를 보내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스티비는 엄청난 혼돈에 빠지고 만다.



꽤 늦은 연극 후기를 써보려 한다.
 대충 읽어봐도 꽤 파격적인 소재와, 매번 영화 스크린에서만 보던 배우를 실제로 연극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서 이 연극을 골랐다.  

 연극을 보는 내내 마틴은, 우리에게 묻는다. 아내 스티비에게, 친구인 로스에게, 그의 게이 아들인 빌리에게, 연극을 관람하고 있던 관객들에게. 과연,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구별지을 수 있으며, 만약 구별짓는다면 '누가?', '어떻게?', '누구를?'이라는 질문을 말이다.
 작가가 게이인 마틴의 아들 빌리를 등장시킨것은, 염소와 수간을 했다는 아버지 마틴과, 동성애를 하는 아들 빌리를 비교-대조시켜서 과연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봐야하고, 어디까지를 비정상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경계를 칼로 자르듯이 확연하게 구별지을 수 있는가, 말이다.

 연극은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군데군데에 웃지 않을 수 없는 장치들을 설치해 놓았다. 스티비가 염소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마틴이 '그건 양이지' 하는 장면이라던가, 마틴과 빌리의 격정적(!)인 키스장면이라던지. 이상하게도 난 그 키스장면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작가가 참 골때리게 비꼬아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사회규범, 질서, 제도, 그 틀 안에서의 안정된 삶, 50세 유명 건축가로써의 풍요로운 생활등을 상징하던, 가지런히 잘 정돈되있던 그들의 안락한 집은, 연극 후반부를 향해 치닫을 수록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황폐화 된다. 염소 실비아를 사랑하는 마틴과 그 마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티비 사이의 대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말이다.
그들의 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집안과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은 화가난 스티비에 의해서 모두 부서지고 깨져버린다. 깨지는건 집안의 가제도구뿐 만아니라, 그들의 대화와, 그들의 관계, 또 '정상적'이고 모범적이었던, 안정됬던 그들의 삶 또한 산산조각 나 버린다. 그리고 그 부서지고 깨진 대화 끝에 집을 나가버린 스티비는 결국, 옷에 피를 가득 묻힌 채, 염소 실비아의 사채를 질질 끌며 나타난다.

 음. 사회의 금기에 대해서, 우리에게 들이밀어지는 혹은, 우리가 들이대는 각종 잣대와 편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배우 오달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다른점은 몰라도, 정말이지, 머리가 엄청나게, 컸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외모를 그 사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기억하고 있기가 좀 미안하긴 하지만, 와아, 정말 그렇게 기억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머리가 큰, 사람이였다. 
  달수씨의 연기력에 관해서는, 글쎄, 그저 그랬다. 뭐랄까, 엄청나게 무덤덤하게 자신과 염소 실비아와의 관계를 털어놓던 극중 마틴처럼, 그런 마틴의 역활을 하고 있는 달수씨를 보는 내 감정도 그랬다.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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