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꾸었어!"
 용수는 힘없이 대답했다.
 "왜 나뿐 꿈을 꾸었어요?"
 "나뿐 꿈인지 좋은 꿈인지두 모르겠어."
 "……."
 용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꿈은 꿈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꿈을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아니야, 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일이 많아." 


▒ 옆에 있는 성주도,
 "저거야요, 저게 용초도야요."
 하며 발을 굴렀다.
 그러나 용수의 몸은 더욱 굳어 갔다.
 시선은 점점 더 멀리 바다 저쪽으로만 달리었다.
 환호 소리가 자기에 대한 저주처럼만 들리었다.
  그리고 바다 저편에서,
 "또 가 보아야 하지 않나요?"
 하고 지난 밤 꿈에 들리던 혜민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가 보아야지 않아요!?
 혜민의 목소리에 어울리어 만세 소리가 다시 일어났다.
 "행복스런 사람도 많건만."
 용수는 어느새 난간 위를 뛰어넘었다.
 "사람 떨어졌다."
 하는 고함 소리가 갑판 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나 용수는 출렁거리는 파도에 파문 하나 일으킴이 없이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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