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 공선옥
▒ 전화는 당신이 해놓고 끊자는 소리도 당신이 먼저 한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깻단을 단속하느라 동분서주하는 허리 휜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이윽고 비가 쏟아질 것이고 어머니는 어머니 평생 동안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손써볼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주질러 앉아 울음을 토해 낼 것이다.
약콩이 끊는 동안 - 권여선
▒ "밑줄을 어디에다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쳤느냐가 중요 하지! 너는 에전에 이 문장을 읽고 네 멋대로 오해를 하고 갑자기 밑줄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지. 그런건 의미가 없어. 아주 작은 의미는 있겠지만 별로 대단하게 큰 의미는 없단 말이야. 중요한 건 네가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밑줄을 치면서 살아왔단 사실이야. 그로써 악기의 우열을? 쳇! 그로써 악기의 우열을? 이런 식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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