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오규원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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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와 산 - 서시

 그대 몸이 열리면 거기 산이 있어 해가 솟아오르리라, 계곡의 물이 계곡을 더 깊게 하리라, 밤이 오고 별이 몸을 태워 아침을 맞이하리라




▒ 베고니아와 제라늄

햇살 환한 베란다의
창턱에는
베고니아와
아이비 제라늄
그리고
캡이 찌그러진
브래지어




▒ 식빵과 소리

식빵을 얇게 썰어
살짝 굽는다
한 조각 위에
버터를 바르고
한 조각을 덧씌워
종이 냅킨으로 감싸 쥔 뒤
아, 하고
입 가득 넣고 깨문다

바싹!

오후
그리고
4시




▒ 나무와 허공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




▒ 고요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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