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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
▒ 대응할 수 없을 때 인류는 적응한다. 자료실에서 찾은 히카드로 페레스의 타이어 광고엔 그런 헤드라인이 얹혀 있었다. 훌륭한 카피가 아닐 수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막과 빙판과 늪지대와, 자갈길 위에 커다란 타이어를 배치한 시리즈 광고였다.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 생각보다 일찍 나는 화성에 도착했다. 망할 놈의 신호도 없었고, 달려 졸음이 오지도 않았다. 점심때쯤 되었을까? 시계는 멈췄지만 아무튼 그런 기분이었다. 고요했다. 그리고 조금은, 겁이 났다. 낯선 행성의 풍경을 바라보며 우적우적 삼각김밥을 씹는 기분을... 누가 알까. 차창을 열기도 겁이 났지만 어쩌겠는가, 참치 마요네즈와 불닭의 에너지를 빌어 나는 우뚝 차에서 내려섰다. 헉. 겁나 춥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딴 환경이 먹고 살겠다 발버둥치는 인간의 결심을 또 어떻게 이기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며 휴,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어디서든 서민은 적응해야 한다. 적응도 못하는 서민은, 죽어야지 뭐.
적응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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