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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손홍규 (문학과지성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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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사람들의 한심하고 추악한 짓거리들만 밝혀졌다. 전기를 도둑질하는 사람, 이웃집 여자와 통정하는 사내, 일 보고 밑을 닦지 않는 사람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비밀을 알아가는 게 전혀 즐겁지 않았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들이 너무 쉽게 비밀로 취급되었다. 남루한 동네에서는 비밀마저도 남루하다. 대단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신분을 숨긴 사람은 있었지만 밝혀져도 놀랄 만한 신분은 없었다. 남장을 한 여자, 여장을 한 남자는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남자 혹은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  불행과 비극은 온전히 타인의 것일 때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았다. 사람은 결코 자신과 닮은 타인을 진심으로는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과 닮은 이들 - 가난하고 억압받고 무시받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인간이 그처럼 한없이 나약하다는 것, 저 불결하고 끔찍한 인간과 내가 전혀 다르지 않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 "재개발 얘기가 솔솔 나오니까 여기마저 들썩이는구나. 낡은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으면 보상을 훨씬 많이 받는단다. 건물 주인들이야 손해 볼 게 없지. 어차피 돈은 다 누군가 빌려줄 테니. 너도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냥 여기는 자본주의라는 곳이야. 자본주의란 녀석은 한마디로 버릇이 없단다. 너도 자본주의한테 예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처받는 건 너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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