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시간이많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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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현종 (세계사펴냄,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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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청년의 초상

 청년이 쇠파이프를 차에다 싣는다. 파이프를 실을 때 자신도 싣는 듯한 그의 표정은 무엇을 수렴하는가. 구원이다. 순수집중의 순간.

 파이프의 引力. 청년을 끌어당기는 파이프. 끌려들어 가는 청년의 전부. 그 부분이 환하다. 안 꺼지는 조명. 그의 표정에 실려 있는 청년의 전부. 삶과도 같은 풍부함. 不動의 풍부함. 구원.


▒ 모든 <사이>는 무섭다

잠과 각성 사이의 표정처럼
무서운 건 없다
그 모습처럼
참담한 건 없다
모든 <사이>는 무섭다
모든 <사이>는 참담하다


▒ 밤 시골버스

멀리 보인다
밤 시골버스.

버스 안이 환하다.

어렴풋이 승객들 보인다
멀리 환하게 지나가는
시골 밤 버스.

그걸 몽땅 하늘에 올려놓고 싶다
제일 밝은 태양처럼.


▒ 아무데로도 가는 게 아닌 
                    ―印度詩篇 · 2

저녁 어스름 속을
어린 소 한 마리
보팔 거리를 걸어간다
(아 저 얼굴!)
!도무지 아무데로도 가는 것 같지 않은
아무데로도 가는 것 같지 않은
(참 사람 환장하게 하는)
저 표정,
도무지 아무데로도 가는 게 아닌
아무데로도 가는 게 아닌……


▒ 내가 잃어버린 구름

내가 잃어버린 구름이
하늘에 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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