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였다면 그만큼 넘어지고 난 후엔 걷는 걸 포기했을 것 같은데 봉봉은 그렇게나 넘어지고도 어김없이 일어나 또다시 걷는다. 삶을 향한 의지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꺽이지 않는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려는 듯이. 봉봉과 함께 산 이후 나는 돌봄이란 건 언제나 상호적이고,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서로에게 각자의 우주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걸 배웠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봉봉에게 속삭였다. 봉봉아, 저게 반달이야, 아름답지? 앞으로도 더 많은 반달을 함께 보자. 봉봉은 집에 오자마자 휘청이면서도 혼자 씩씩하게 화장실로 걸어갔다. 우리의 이별은 필연적이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려는 듯이.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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