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녀가 한물가니 '김치녀'의 시대가 열렸다. 뭐만 해도 김치란다. 김치볶음밥에 김치 얹어 먹는 민족 주제에~! 글쓰고 말하는 활동을 시작하자 '페미니스트의 자격'이 또 추가되었다. 세상은 툭하면 '그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며 훈수를 뒀다. 아 내가 알아서 할게 좀! 나는 화장을 해서, 남자랑 연애해서, 북토크에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고 와서 비난받았다. 내가 자신의 입맛에 맞을 필요가 없고, 내겐 그럴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미세먼지처럼 많았다. 만약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비혼으로 살지 않으면,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며 우리 사회가 권장하는 생애주기별 과업을 이룬다면 이 증명의 굴레는 끝날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른 삶에는 다른 역경을 맞춤형으로 준비해놓으니까. 결혼한 친구들은 이제 자신이 '맘충'이 아님을, '집에서 편하게 노는 여자'가 아님을, 가부장제에 부역해서 남편한테 잡혀 사는 아내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혹은 나쁜 엄마, 이기적인 며느리, 아이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워킹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증명'은 평생 우리를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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