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머 아저씨는 미동도 없이 서서 숨을 헐떡이며 몰아 쉬고 있었다. 호흡이 어느 정도 가누어지자 아저씨는 갑자기 숨을 죽이더니 무슨 소리라도 엿들으려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폈다. 그러고는 몸을 구부리더니 왼쪽 덤불 밑을 살피고, 키가 작은 나무들이 수풀을 이룬 오른쪽을 살피고, 인디언처럼 나무 주위를 슬쩍 돌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위쪽만 빼고!) 사방을 다시 한번 살피고, 귀기울여 보다가 아무도 자기를 따라오지 않고 있으며 먼 곳까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세 번의 빠른 동작으로 밀짚모자, 지팡이, 배낭을 벗어 놓고는 침대에 눕는 것처럼 길게 다리를 뻗고 나무 뿌리 사이의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누워서 미처 쉬기도 전에 눕자마자 바로 일어서더니 깊은 한숨을 길게 몰아 내쉬었다. 아니 그것은 한숨이 아니었다. 한숨을 쉬면 뭔가 홀가분해지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그것은 뭔가 고통스러운 신음에 가까웠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갈망과 절망이 엉켜서 가슴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깊고 참담한 소리였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중환자가 내는 끙끙 앓는 소리같이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서도록 만든 그 애절한 신음 소리는 아저씨를 홀가분하게 해 준다는가, 아저씨에게 안식을 준다든가, 단 일 초라도 아저씨를 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저씨는 금방 다시 몸을 추스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배낭 속을 뒤적이다가 허겁지겁 버터 빵을 꺼내 들더니 납작한 물병도 꺼내고, 빵을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마치 적이 숲에 깔려 있기라도 하는 듯, 혹은 어떤 포악한 미행자가 있어서 그 사람과 아저씨가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며,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지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나기라도 할 듯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사방을 자꾸 살피며 빵을 먹었다. 아니 먹었다기보다는 마구 구겨서 입 속으로 그것들을 밀어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을 다 먹어 치운 뒤 물병이 물도 한 번에 입 안 으로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몹시 허둥대며 허겁지겁 떠날 채비를 했다. 물병을 배낭 속에 집어 넣고, 배낭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짊어지고, 지팡이와 모자를 꽉 움켜잡은 채 잰 걸음으로 헐떡거리며 수풀 속으로 사라져 갔다. 뭔가를 스쳐가는 소리, 나뭇가지를 헤쳐 나가는 소리, 그리고 지팡이가 딱딱한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박절기 같은 소리가 큰길 쪽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며 이어졌다. <탁─탁─탁─탁─탁…….> 난 가문비나무 줄기를 꽉 끌어안으며 나뭇가지 위에 앉았다. 내가 어떻게 그 자리까지 되돌아갔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한이 났다.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싹 가셨다. 웃기는 짓거리 같았다. 난 내가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을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 분 전에 일생 동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