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문학과지성시인선...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황인숙 (문학과지성사,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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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빗속을

밤은 빗속을
자박자박 걷는다
멈춰 선다
밤은 고양이새끼처럼 젖어
발치에서 울고 있다
나는 그를 냉큼 들어
저고리 안에 품고
달린다

골짜기에는 나의 발자국 소리가
가득 울린다
가로질린 개울에
멈춰 선다
뿌리 뽑힌 꽃들이
급류에 떠내려가며
손을 흔들고

무너져내린 무덤가의
이끼 낀 묘석과 같이
덜컹, 채이는
심장

개울을 따라 달린다
야채즙 같은
공기를 빨며.


▒ 일용할 물

오늘은 또 어디서
머리를 적시나
어디서 가슴을 적시고
발을 적시나
오늘은 또 어디서
온몸이 젖어
뚝뚝 물 떨구며
돌아오나
돌아와 젖은 그림자를
바람벽에 널어놓고
말려보나



▒ 너는 푸냐에서 자면서 필라델피아에 있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아침에 너는 필라델피아에서 깨어나지 않고 푸냐에서 깨어난다. ─라즈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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