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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영향력. 그렇다. 영향력도 중요하다. 김만중은『구운몽』을 써서 어머니를 심심치 않게 해드렸다. 허균은『홍길동전』을 써서 체제변혁을 꾀했다(그러나 소설은 가장 급진적인 소설이라 하더라도 직접적인 변혁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책에는 발이 없고 무기도 없고 고함소리도 없다. 책이 가진 힘은 영향력뿐이다).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없을 수는 없고, 직접 행동하지는 않으나 남을 행동하게 하고 생각게 하는 힘, 그게 영향력이다.
오늘날 소설가는 여론 선도자이자 지식인이며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초대할 만한 사람이다. 영향력 때문이다. 소설을 팔고 난 다음에 갖게 되는 엉뚱한 부수입, 인세 수입을 배라고 한다면 배꼽에 해당하는 그것 말이다. 영향력으로 억압하고 영향력으로 설득한다.
한 소설가가 소설을 써서 백만 부를 팔았다면 정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영향력이다. 삼백만 부를 팔았다면 남의 나라 전쟁에 관해서 논평할 수 있다. 천만 부를 팔았다면 진정한 연애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상과 철학에 관해서도 약간은 언급할 수 있다.
예언자
▒ 지금 끄덕대는 녀석들, 모이기 좋아하는 얼간이들아
제 몸과 제 집밖에 모르는 놈들아
말랑말랑한 밥통들아
잘난 시민 여러분, 지쳤다고 지겹다고 주둥이로만 나불대는 놈들아
너희보다 수고하고 너희보다 부지런해야 배를 채우는 동족을 보고 안심하는 놈들아
너희의 집은 불타고 무덤은 파헤쳐진다
너희는 더 비굴해져야 하고 더 숨죽여야 하고 더 힘이 없어지고 더 쉽게 지쳐야 한다
너희에게 던져진 설문은 장난이었고 정책은 농담이고 여론은 눈가림이고
공고는 엉터리, 신문도 재판도 너희를 속인다
너희는 영원히 불안해야 하고 조금씩 닳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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