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려고 할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말, 동시에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은 이런 것이다. "그렇지 않아. 또 망상을 하고 있구나!"
▒ 자기 생각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자면 '생각하는 나릉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흐름을 조금 늦추고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자기가 갈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시해 보라.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어떻게 훌쩍 넘어 가는지 살펴보라. 자신의 사고 과정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보라. 나는 어디에서 출발해 지금 이 생각에 이르렀나? 여러분은 차츰 자기 사고의 흐름을 이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우울한 생각을 차단할 수만 있다면 걱정할 게 없다.
▒ 요컨대 여러분의 뇌에는 어떤 소재 혹은 원료가 필요하다. 훌륭한 두뇌는 일단 쓸모 있게 운용되어야 한다. 좋은 소재를 만난 뇌는 기분 좋고 행복하다. 따라서 여러분은 항상 배워야 할 것, 실천해야 할 계획, 새로운 도전을 뇌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은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배움을 좋아한다. 여러분의 뇌는 새로운 지식을 잔뜩 받아들이는데 환장한다. 멀티태스킹을 근사하게 해낼 때만큼 여러분이 기분 좋은 때도 없지 않은가. 왜 그러한 즐거움을 삼가겠는가?
▒ 흥밋거리가 없다는 것은 방앗간에 빻을 곡식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만성 우울증 환자들 중 상당수가 뇌를 헛도는 물레방아처럼 쓰는 데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만을 곱씹기 때문에 병이 든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지성의 식욕부진' 혹은 '지성의 영양실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지적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스스로 쓸모 있는 존재라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헛돌던 방아에 좋은 곡식을 넣어주는 것과 같다고,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우울증은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본다.
▒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강박에 빠진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큰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문제 삼으며 괴로워한다. 실패와 거부에 대한 두려움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자존감이 낮으면 새로운 공격을 이겨 내고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통제에 힘쓰다가 진을 다 뺀다. 항상 긴장해 있고 사회적인 인간 관계를 몹시 피곤해한다.
▒ 우울증은 어떤 자질이나 능력을 갖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울증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데 만족하라. 그러면 자기 정체성의 공백은 그득하게 채워지고도 남을 것이다.
▒ 이런 것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패러독스다. 세상 모두가 대등하기를 꿈꾸고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같아지기를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남들이 자기처럼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 자신이 참되고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 이러한 자동성은 감정, 특히 우리의 기분에도 작용한다. 어떤 감정을 자주 느낄수록 그 감정에 빠지기가 쉬워진다. 어떤 기분에 젖어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반사적으로 그 기분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기분의 '고속도로'라는 표현은 기분의 자동적인 발동이 그러한 수준까지 미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몇 번 연달아 아침에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면 매일 아침 우울한 기분에 젖을 확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아예 우울함을 편안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기분 상태를 확인해 보고 우울함을 떨쳐 내자.
▒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행동 대신 꿈에 만족한다.
▒ 내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마르셀 파뇰의 말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모두 그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어느 날 그것도 모르는 바보가 나타났고, 그 바보는 결국 해냈다."
나도 매일 이 바보와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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