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저자
김어준, 지승호 (엮음)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1-10-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팟캐스트 세계 1위에 빛나는 [나는 꼼수다] 김어준 무학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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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경쟁을 이야기하고, 경쟁에서 탈락하면 지 탓이라 하고, 그 경쟁에서 승리한 엘리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과, 일본 같은 식민본국, 미국 같은 슈퍼 파워, 그 이전의 중국 같은 대국에 우가 머리를 조아리는 건 같은 맥락인 거지. 그리고 우의 기질과 원형질이 그렇다 보니까 우의 경제라는 건, 우선 지가 다 처먹고 남은 찌꺼기를 나누어주는 걸 경재라고 하는 거고. 일단 지가 다 먹고 나서. 이게 핵심이야.

 

 

▒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원래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게 불확실하잖아.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자기보다 큰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해. 위대한 선지자가 나를 인도해주면, 난 그의 뒤를 따르기만 하면,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선택이랑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서 종교도 있는 거잖아. 삼성은 돈의 종교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메시아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한 거지. 그 과정에서 삼성은 곧 이건희라는 상징화 역시 성공시킨 거고. 그 상징화에 사람들이 넘어간 거고. 마치 종교에 넘어가 듯. 그래서 그가 우리를 번영으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에, 그가 설혹 실수들을 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스스로 못 본 척하도록 만들어 버린 거지. 사실상 정신적 노예지.

 

 

▒ 2000년 전 사마천이 그런 말을 해싾아. "보통 사람은 자기보다 열 배 부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고, 백 배가 되면 무서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 문제는 이건희 일가가 상속과 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국가 시스템을 자신들 사익을 위해 조작할 정도의 힘을 가져버렸다는 거야. 국가는 이익을 쫓는 사조직이 아니잖아. 국가는 공동체를 위한 운영체제잖아. 이게 일개 가족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더구나 그 과정에서 그 가족은 단순히 자신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익까지 뺏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자기들 아니면 니들 굶어 죽는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하지만 삼성이란 기업집단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해야 한다고. 그건 오로지 법으로만 할 수 있어. 기분 나쁘다고 이건희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잖아.

 

 

▒ 이명박과 이건희가 욕망과 공포로 지배하는 이 땅의 대중들더러 민주당과 진보 정당을 정교하게 구분해달란 요구는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논리적이기만 해서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대중에게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게다가 그 구분은 상당한 노고를 요하는 일인데 재미까지 졸라 없어. 정치는 결국 자원분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데, 자기 과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부터 실패하는 거지.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건, 실은 스스로를 그만큼 똑똑하고 정당하다고 여겨서야. 그 정도는, 나처럼, 당연히, 구분할 수 있고, 또 구분해야만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 거거든. 그래서 내가 헛똑똑이들이라고 하는 거야. 자기들이 똑똑하고 정당한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정치에서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을 얻는 건데, 마음은 대단히 제한된 자원이라고.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여러 번 나눠줄 만큼 많지가 않아.

 

 

▒ 종교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힘이 결국 죄의식이거든. 누구도 그 율법을 다 지키고 살 순 없다고. 교리는 언제나 아무도 완벽하게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 지점에 있어. 어느 누가 그 교리가 정한 죄악을 단 한 번도 범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냐고. 불완전한 인간이. 결국 그 죄로 인해 다시 한 번 율법 앞에서 참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지. 종교의 속박은 그렇게 완성된다고.

 그것이 도달 불가능한 것인 한, 아무도 그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모두가 쉽게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아무도 그 종교에 목 매달 이유가 없어지지. 왜 매달려. 언제든 원하면 구원되는데. 그게 종교의 역설이지. 죄인이 되지 말라고 요구하지만, 아무도 도달할 수 없기에 모두가 죄인이 되고, 모두가 죄인이기에 종교가 유지되는 거라고.

 진보 진영이 대중을 상대하는 자세를 보면 딱 사제야. 자신들의 율법이 절대선인데 왜 너희는 그렇게 살지 않느냐. 자기들은 그걸 이미 알고 믿고 실천하건만 너희는 왜 이렇게 올바르고 참된 가치를 쫓지 아니하느냐. 그러면서 외치지. 회개하라,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이니.

 

 

▒ 우리 우파는 통일을 원하지 않지. 보수 우파와 북한은 적대적 공생관계야. 북한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로 인해 자기들이 얻는 이득이 곧 표야. 통일이 왜 필요하겠어.

 

 

▒ 그래 놓고 청년들에 대한 보상을 민간에 떠넘기는 게 바로 군가산점 제도고.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 맞아.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병사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거든. 뭐하러 돈을 들여. 신성한 국방의 의무, 남북 대치 상황만 들이대면 이야기 끝나는데. 그렇게 몇십 년을 세뇌시켜놨는데. 지금 병사들 월급 평균이 8만 원대가 된 것도 그나마 노무현 시절 두 번이나 대폭 인상해서 겨우 그렇게 된 거야. 보수 정권 시절 병사 평균 월급은 몇천 원 수준이었다고. 그러니까 군가산점 문제로 여자들과 싸우는 남자는 스스로의 멍청함을 자백하는 거야. 왜 여자들과 싸워. 정부와 싸워야지.

 

 

▒ 그렇게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조차 죄의식 마케팅, 윤리적 프로파간다를 하게 되는 건, 우리가 그런 알고리즘에 매우 익숙하단 소리야. 성리학적, 관념적, 원론적, 그래서 마침내 종교적인 알고리즘에. 그래서 난 진보 진영의 방식이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거야. 진보적 이념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이념을 설파하는 방식의 보수성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메시지는 이미 형식부터가 메세지인 거야. 형식에 먹힌 메시지는 아예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그 이념이 가진 선명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대중들이 움직일 거리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하게 되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나도, 그런 태도는 비련의 딸딸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도다.

 

 

▒ 우선 짚을 것이, 자신들이 설득할 대상과 가장 먼 언어로 말하는 이들이 진보 정당 사람들이라는 거. 계급을 말하면서 시장통 아줌마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를 키워드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봐. 진보 전당이 구사하는 언어는 이미 자기들이 설득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알아먹는 언어라고. 신자유주의가 나쁘다는 건 나 역시 천만 번 동의하는데, 상대가 알아먹어야 메시지인 거지, 상대는 못 알아 먹는데 어떻게 메시지냐고. 혼잣말이지. 정치를 혼잣말로 하면 어떡해.

 

 

▒ 연애는 내가 가장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가장 뜻대로 안 되는 상대와 만나는 거거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통해 자기가 누군지가 드러나지. 그걸 받아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러면서 자기의 하이와 로를 경험하고 바닥과 경계를 확인하게 되지. 그 경계를 이어 붙이면 바로 자신의 실체지.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실제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만나는 거지. 자기 대면이지. 그렇게 더 이상 자기기만을 할 수 없는 임계를 지나야 사람은 비로소 성장하지. 합리화로 극복할 수 없는 임계점. 난 그런 맥락에서 박근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 결혼도 그런 관점에선 중요한 경험이지. 이혼은 더욱더 중요한 경험이고. 결혼은 가짜고, 이혼은 진짜거든. 결혼은 수만 가지 이유로 하지만 이혼은 오로지 혼자 하는 결정이거든.

 연애와 결혼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고, 우리가 겪는 무수한 일상과 삶의 갈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자기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 그건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받아들이고 하나의 독립적 인격체가 되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절차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자신만의 균형 감각을 획득하는 거다. 내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삶의 균형 감각. 이런 말 하면 살마이 꼭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어. 아니다, 겪어도 모를 순 있다. 하지만 겪지 않은 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척이다.

 

 

▒ 정치는 상대가 날 인정해주는 게 아냐. 내가 내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는 거지.

 

 

▒ 현재 진보가 집권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뭐냐.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 의해 장악당했다는 거야. 메시지 유통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유통 채널을 타고 프레임이 유포되거든. 머릿속에 한번 셋팅된 프레임의 힘은 대단히 강력한 거야. 아무리 정교한 논리도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한, 절대 기득의 구조를 이길 수가 없다.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진보는, 거기 등장하는 허접한 미시 논리를 깨는 데서 얻는 지적 쾌감에 도취되기 십상이지. 그런 후 자기가 엄청나게 똑똑한 일을 했다 생각하며 뿌듯하게 잠자리에 들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세상이야. 그건 역설적으로 그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주어진 세상에서 아무리 잘 놀아 봐야 결국 그 세상 안이다. 프레임 그 자체를 깨야 해.

 

 

▒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한 뉴스를 다루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그런 게 진짜 권력이지.

 

 

▒ 광고하면 스팸이고 전파되면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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