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엘리트문고 5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노신 (신원문화사,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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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함

광인일기

▒ 자신은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면서, 남에게는 먹히지 않으려고 서로 의심을 품고 흘긋흘긋 상대를 훔쳐 보고 있다.
 이런 생각을 버리고서 마음놓고 일하고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겨우 하나의 관문만 넘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놈들은 부자, 형제, 부부, 친구, 스승, 원수,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한패가 되어, 서로 권하고 서로 끌어서, 죽어도 이 한 발을 딛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야초
희망

▒ 그러나 지금은 별도 달빛도 없다. 죽어가는 나비도 없고, 끝없는 웃음도, 사랑의 춤도 없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평온하다.
 나는 스스로 이 공허 속의 어둠으로 치달아 갈 수밖에 없다. 설사 몸 밖의 봄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몸 속에 남은 봄을 스스로 불러 일으켜야만 한다. 그런데 대체 어둠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별도 달빛도 없고, 끝없는 웃음도 사랑의 춤도 없다. 젊은이들은 평온하다. 그리고 내 앞에는 마침내 진정한 어둠도 없는 것이다.


입론(立論)

▒ 나는 꿈에, 국민학교 교실에서 작문을 짓기 위해 선생님에게 입론 방법을 물었다.
 "어렵구나."
 선생님은 안경 너머로 나를 흘끔 보며 말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집에 아들이 태어나서 온 집안 식구들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한 달째 되던 날 아이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데리고 나왔다. 물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서였겠지.
 한 사람은 말했다. '이 아이는 장래에 부자가 될 것입니다.' 이리하여 그는 최대의 감사를 받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이 아이는 장래에 관리가 될 것입니다.' 그 사람도 칭찬을 받았다.
 또 한 사람은 말했다. '이 아이는 장차 죽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 사람은 온 집안 식구들로부터 매를 맞았다.
 죽는다고 한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부자가 된다고 한 것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사람은 좋은 대접을 받고 당연한 말을 한 자는 매를 맞는다. 너는……."
 "저는 거짓말도 하기 싫고 매도 맞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그럼 저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그렇다면 너는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
 "아이구, 아이구, 이 아이는 어쩌면 야아…… 하하하,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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