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세계시인선 020)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정지용 (민음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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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 밖에.


▒ 나무

얼굴이 바로 푸른 하늘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 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위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여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는 위치! 좋은 위아래!
아담의 슬픈 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연륜으로 이스라엘의 이천 년을 헤였노라.
나의 존재는 우주의 한낱 초조한 오점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 박히신 발의 성혈(聖血)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신약의 태양을 한아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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