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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흰 까운을 입은 의사와
흰 까운을 입은 간호원이 나타난다
물론 의사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내 팔에 주사를 놓는다
도무지 시퍼런 구름
희망의 약이 일제히 내 몸을 망친다
사방에서 유리창이 부서진다
희망의 약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흰 까운을 입은 의사와
흰 까운을 입은 간호원
나는 다시 혼도한다
기인 밤과 기인 새벽의 돌밭
내 머리가 기인 새벽을 더욱 기일게 만든다
아아 마르고 뻔뻔한 희망!
▒ 전쟁
전쟁만 조용히 지속된다
하아얀 전쟁의 공포만
상어같은 공포만
상어 같은 인생만
상어같은 침묵만
조용히 지속된다
사랑스럽게 지속된다
지속되는 것만이 사랑스럽다
네모 반듯한 생각이
불타고 남은 하늘이
어느 날 길바닥에
내려 앉은 하늘이
조용히 한숨을 쉰다
괴로운 구름
사방의 노동자
2천년의 행복
어느날 문득
날개 부러지던 소리
이제 나는 혼자다
그대 몸에서 새를 꺼내도
새는 이미 뼈다귀
이제 나는 혼자다
▒ 지금
커다란 고요가 있고
여름 해가 있고
흘러간 존재의 모습이 있다
네가 떠난 다음
마지막으로 地上에 남은 것
▒ 구름5
온몸이 그리움 투성이인 구름은
이제 애원하면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고웁고 처참한
한 켤레의 구두
이윽고 어디서고 사정없이 공포는
한 켤레의 구두를 태워버린다
소리치며 흩어지는 구름
나를 향해 웃으며 오지만
내 생각이 그에 몸에 닿자
와르르 무너진다
이윽고 어디서고 사정없이 희망은
덜거덕거리며
내 생각을 다시 돌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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