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조영아 (한겨레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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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다들 상투적인 게 재미없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더 재미있어요."
 "왜?"
 "리얼리티가 팍팍 느껴지잖아요."


▒ 그동안 '아버지를 빌려드립니다'에는 여전히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없어도 아버지가 필요하긴 필요한 시대임에는 분명했다. 아이러니다. 아버지의 자질이 문제였을까. 그 많고 많은 아버지들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진정 아버지를 필요로 하긴 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나 자신부터가 그랬다. 지금 나, '아버지' 맞아? 누군가를 만나면 그렇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회용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사서 쓰는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해설>
렌탈 라이프 시대의 존재증명-이명원


▒ 사실 오늘날의 인간 조건은 '참된 자기'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근본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생존 그 자체가 유지될 수 있는 기묘한 병적 매커니즘이 일반화된 세계이다. 물론 이를 촉진한 것은 인간의 노동뿐만 아니라 정념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교환가치'로 전락시킨 시장메커니즘일 것이다.


▒ 우리가 참된 자기, 삶, 욕망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것들은 실제로는 체제에 의해 길들여지거나 부추겨진 것들에 우리가 순치된 결과 생성된 것이며, 그것은 내밀한 친밀성의 공간인 가족으로부터 더 큰 사회적 통로를 이루는 세계 전체에 걸쳐 존재를 끝없이 희미하게 지워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한 삶이라고 간주하는 일상 속에서의 끈질긴 욕망이라고 하는 것 역시, 사실은 누군가의 삶을 모방하거나 베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세계 안에서 '참된 자기'를 찾고자 하는 로망은 성취되기보다는 좌절되며, 오직 그러한 기대의 전복 또는 배반을 통해서만 간신히 의식의 지평 위로 환기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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