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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기 있는 바위들은 저 산중턱에 있는 바위보다 몸집도 작고 생김새도 모두 둥그스름하네."
"그건 저 위에 있는 바위들보다 여기 있는 바위들이 더 오랜 세월 몸이 깎여서 그래."
"무엇이 우리 바위의 몸을 깎지?"
"물과 바람과 비와 햇볕과 그 밖에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이지. 시간의 그림자들 말이야."
"시간의 그림자?"
"너는 너무 산속에만 있다가 와서 바깥세상 이야기를 잘 모르는구나."
둥그스름한 바위는 뾰족바위에게 이 세상 모든 바위의 몸을 지나가는 시간의 그림자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산맥 꼭대기에 우리 모든 바위의 자랑처럼 거대한 고래바위가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다고 했지?"
"그래."
"그 바위에 언제부턴가 바닷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날카롭게 부리를 다듬고 간대."
뾰족바위는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생각이 났다. 바닷가에 사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산맥 꼭대기까지 찾아왔었다. 후에도 너럭바위 위로 작은 새가 지나갔었다. 그 새의 그림자가 바로 시간의 그림자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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