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색 가게들(슬라브문학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브루노 슐츠 (길(이계을),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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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오랫동안, 그가 창조한 것은 지나치게 완벽해서 우리 자신이 가진 창조 본능을 마비시켰지. 우리는 그와 경쟁하는 건 원치 않아. 우리는 그와 겨룰 만한 야심은 전혀 없으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더 낮은 세계에서 창조주가 되고 싶은 거야. 우리가 원하는 건 창조의 특권을 갖는 것, 창조하는 기쁨, 즉 한마디로, 데미우르고스가 되는 것이거든."


▒ 강아지는 어색하고 비스듬하게 몸을 흔들면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불분명하게 흔들리는 선을 그리며 걸었다. 그의 기분은 보통 불분명하고 근본적인 슬픔이었다. 그에게는 고아답게 풀죽어 무기력한 면─식사라는 충격적인 사건 사이사이에 삶의 공허감을 채울 능력이 결여된 면이 있었다. 이것은 그의 아무 목적 없는 움직임, 비논리적인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 슬프게 칭얼거리거나 한 군데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태도 등에 나타나 있었다. 잠이 깊이 들었을 때조차, 떨리는 공 모양으로 몸을 말아 보호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야 했고, 외로움과 갈 곳 없다는 느낌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오, 친근한 어둠 속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크고 낯설고 밝은 세상으로 나온 어리고 약한 생명이, 얼마나 움츠러들고, 삶이라는 의무를 받아들이지 않고 뒷걸음치며 물러나는지─ 그리고 얼마나 싫어하고 실망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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