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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사람이란 자기 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이야. 정신분열증 환자, 성격이상자, 편집광처럼 말이야. 다시 말해 뭇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지."
"당신처럼요?"
"하지만, 시간도 공간도 없고 그 둘의 결합만 있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 또는 대양 저 너머에 절벽이 아니라 다른 대륙이 있다고 확신했던 콜럼버스, 또는 인간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에드먼드 힐러리, 또는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냈고 다른 시대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다녔던 비틀스, 아마 너도 이미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을 거야.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그들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았어."
▒ 자본가들이 옛 병사를 병원으로 개축했을 당시, 그들의 표적은 전쟁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고 희망했던 것과는 반대로, 전쟁은 아주 잠시였다. 나중에 가서야 그들은 정신건강 분야의 최근 연구 보고서들을 통해, 전쟁을 통해서도 물론 정신이상자들이 생기지만, 긴장, 권태, 선천성 질환, 고독, 소외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수에 비하면 그 수가 아주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집단이 전쟁이나 초인플레이션, 혹은 페스트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자살자의 증가는 아주 미미하고 우울증, 편집증 정신이상 환자들도 확연히 감소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었다. 말하자만-이고르 박사는 이렇게 이해했다-인간은 각종 조건들이 양호할 대에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 만성적인 아메르는 일 주일에 단 한 번, 일요일 오후에만 자신이 병자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 시간대에는 자신의 증상을 잊게 해줄 일이나 일상적인 잡사가 없기 때문에, 그는 그때에야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그 오후의 평온은 진저리나는 것이었고, 시간은 도통 흐르지 않았으며, 내부에 샇여 있던 짜증은 거침없이 분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느니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느니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증상을 곧 잊어버렸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때, 이 병의 유일한 장점은 그것이 이미 정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독의 정도가 너무 심해 환자의 행동이 주변에 영햐응ㄹ 미치기 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격리가 필요치 않았다. 대부분의 아메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놓은 높은 벽들로 인해, 겉보기에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어서, 외부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사회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 "죽음이 다가오는데도 넌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거야? 네가 폐를 끼친다든지 이웃에 방해가 된다든지 하는 생각 따윈 집어치워! 만약 네 행동이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되는거야. 그들한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건 그들 문제지."
▒ "젊음이란 그런거야. 젊음은 몸이 얼마나 버텨낼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지. 하지만 몸은 언제나 버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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