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형적으로 한국은 외연 확대에 의해 움직여온 경제 시스템에 가깝다. 이렇게 외부의 힘을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제가 패권주의로 전환되는 것은 거의 시간 문제다. 한국 경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 5년 동안, 겉으로는 '수출'의 담론을 가지고 있지만 속으로는 '패권'을 확보 ·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고 있던 중이라고 하면 과도한 해석일까?
▒ 한국의 지방경제를 초토화시킨 건설자본이 눈을 북으로 돌려 북한 전역을 개발하고 나면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이 건설자본을 축으로 한, 제어되지 않는 자본의 팽창이 과연 안정화될까? 감히 비유하건대, 현재 한국 자본주의에서 북한 경제라는 잠재력은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비슷하다. 만주는 물론이고, 막아서는 사람이 없다면 유라시아의 절반을 다 갖는다고 해도 이 탐욕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19세기 후반 유럽 자본이 작동하던 방식이 그랬고, 지금 한국 자본주의가 딱 그렇다. 이 과정은 결국 또 다른 패권주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힘과 정면으로 만날 때까지 계소고딜 것이다. 이 과정의 끝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내가 현재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이해한 바이다.
▒ 군인도 하나의 직업이고, 군인들이 모여서 하는 활동을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공공서비스는 국가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주적' 혹은 '잠재적 적국'이 발생시킬지도 모르는 전쟁이야말로 이러한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원천인 셈이다. 이런 독특한 구조-한 편의 존재가 다른 편에게는 편익이 되고, 그 편익은 다시 다른 편에서의 편익이 되는 일종의 무한대의 '포지티브 피드백'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산업은 그야말로 군대라는 공공 서비스밖에 없다. 그러니 비록 적성국가라서 매일 '적' 혹은 '원수'라고 서로를 증오하게 되어 있는 관계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이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현상을 둘러싸고 있는 파트너 관계인 셈이다.
▒ 전쟁이 벌어지거나 전쟁과 가까워질 때는 돈을 버는 특정한 사람들과 특정 직업이 존재하는 반면, 평화가 유지될 때 이 평화의 경제적 가치는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에게도 경제적 혜택을 직접적으로 주지 못한다. 따라서 평화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그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평화보다는 전쟁과 관련된 연구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것이 구조적 현실이다.
▒ 진정한 우파는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조국의 2세들이 총명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극우파들은 그들이 쉽게 다스려질 수 있고, 또 언제든 총체적 전쟁에 동원될 수 있는 병사 혹은 바보이기를 원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밤 12시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는 십대를 보면서, 한국의 지배층들이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은 미래의 충실한 병사들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징적인 경제전쟁이 아니라 총칼을 드는 진짜 전쟁이고, 애국심이 충만해져 언제든지 전선으로 뛰쳐나갈 신체 건장한 바보들이다.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cerpt] 프로파간다 - 에드워드 버네이스 (0) | 2010.06.28 |
---|---|
[excerpt] 디지로그 - 이어령 (0) | 2010.06.22 |
[excerpt]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 | 2010.06.02 |
[excerpt]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 최장집 (0) | 2010.05.03 |
[excerpt] 마더 테레사의 단순한 길 (0) | 2010.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