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선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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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어령 (생각의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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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바라보는 사과는 가장 먼 곳에 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면 뉴턴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더 가까이 가면 그것을 주워 냄새 맡을 수 있고, 손가락으로 만지면 그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시각에서 청각으로 청각에서 후각으로 후각에서 촉각으로, 인간의 감각에 따라 사과와의 거리는 점점 가깝게 좁혀진다. 이윽고 그것이 미각의 단계에 이르면 그 거리는 완전히 '제로'로 소멸된다. 동시에 대상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일체가 될 수 없기에 먹는 것만큼 공격적이고 모순이 많은 것도 없다.


▒ 이는 이미 2000년 전『여씨춘추』에서도 엿볼 수 있는 거대담론이다. 활을 잃어버렸던 형(荊)나라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형나라 사람이 잃은 활을 형나라 사람이 주울 것이니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잃은 것을 사람이 주울 것이니……)"형나라라는 말을 빼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공자의 말을 들은 노자가 말했다. (천지의 것이 천지에 있으니……)"사람이란 말을 빼는 것이 좋다."
 형나라 사람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을 넘은 국가이고, 공자의 그것은 국가를 넘은 인간이다. 노자의 그것은 인간마저 뛰어넘는 천지의 우주의식을 보여준다.


▒ 레비의 '정보자유화 운동'과 해커의 윤리
 정보는 개방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어떠한 장벽도, 어떠한 경제적 제재도 옳지 못한 조치라며, 모든 정보가 국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븐 레비는 1984년 저서『해커들』에서 "해커에게 닫힌 문은 모욕이며, 세상의 모든 정보는 유익하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요지로 정보자유화 운동을 정의했다. 이들은 각종 규약이나 제약, 기업이나 정부, 단체들이 가둬놓은 정보의 벽을 깨뜨려야 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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