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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의 새끼들
▒ 한국 교회에서 형제의 고통을 외면하고 제 안락을 쫓는 일은 신의 축복이라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해석된다. 한국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라 주장되는 상점'이다. 한국 교회에 남은 일은 예수가 성전에서 하느님을 빙자한 장사꾼들을 내쫓았듯 예수를 빙자한 장사꾼들이 내쫓기는 일이다.
꿈 이야기
▒ 역사가 보여 주듯, 세상은 '꿈을 꾸는 사람들'로 바뀐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 가능한 선으로 조정된 꿈'이 아니라 '불가능한 꿈'이다. 모든 크고 작은 역사적 성취들은 그것이 성취되기 직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한 꿈'이다. 인류는 한치도 쉬지 않고 그 사회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자본주의 역시 결국 더 나은 체제로 극복될 것이다. 믿기지 않는가. 그렇다면 잠시 눈을 감고 중세의 암흑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 근대 사회가 올 거라 믿기는가?
얼치기 도사들
▒ "모세는 앙갚음을 하라고 했지만,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우리는 기독교를 대표할 만한 이 유명한 경구가 역사 속에서 피억압자의 정당한 분노를 무마하는데 늘상 동원되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수는 평화주의자였으니 뼈 없이 흐물거리는 무작정한 평화주의자가 아니었다. 예수는 어떤 극악한 상대도 끝내 용서했지만, 그 극악함에 분노하는 데 폭력적일만치 분명했다. 이를테면 예수는 타락한 성직자들과 뒤로 결탁한 장사치들을 성전에서 한 번에 쫓아낸다. 갈릴리 출신의 별 볼일 없는 청년은 단지 자애로운 얼굴로 "여러분의 행동은 부적절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그 일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
존경
▒ 역사 속에서, 특히 한국의 80~90년대와 같은 격변의 역사 속에서 인텔리들은 제 좌절감을 세상에 치환하여 모면하려 한다. 이를테면, 정치적 변혁에 몰두하던 인텔리는 그 시도가 실패한 뒤 좌절감 속에 제가 생명이나 인간 같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빠뜨렸음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깨달음이 아니라 그런 깨달음 뒤에도 여전한 오만함이다. 빠뜨렸던 문제들은 원래의 문제를 보완하지 않고 전적으로 대체한다. 이제 그에게 정치적 변혁은 그저 낡고 부질없는 관념이다. 전에 그에게 생명과 인간이 낡고 부질없는 관념이었듯 말이다.
강준만
▒ 어느 사회든 제도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지배계급의 선전수단이다. 제도 언론이 담을 수 있는 진보성의 최대치는 그 사회의 지배계급이 허용할 수 있는 진보성의 최대치와 같다.
그 페미니즘
▒ 가부장제의 기본단위인 가족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기본단위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좋은 여성'의 실제 임무는 오늘 노동력(남편)을 뒷바라지하고 다음 세대의 노동력(자식)을 양육하는 것이다. 자본은 남성에겐 노동의 일부라도 지불하지만 그들을 노동할 수 있게 뒷바라지하거나 양육하는 여성에겐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자본의 입장에서 '좋은 여성'이란 얼마나 유익한가.
편지1 진보주의자는 행복합니까
▒ 아, 빠뜨릴 뻔했군요. 대학생이 된 것 축하합니다. 연애와 여행을 많이 하기 바랍니다.
선택
▒ 개혁은 수구보다 좋은 것이다. 개혁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과 교양을 가진 사람들의 삶에서 파시스트의 악취를 가시게 한다. 그러나 개혁은 그런 최소한의 안정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 파시스트의 악취가 가시는 것으로는 그다지 달라질 게 없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능욕한다. 개혁 바람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순하다. 개혁이 생략하는 진실을 외면할 것인가, 외면하지 않을 것인가.
국익
▒ '국익'이란 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속여 이르는 말이다. 지배계급은 언제나 자기들의 이익을 국익이라 주장한다. (그게 자기들만의 이익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더 이상 지배할 수 없다.) 노동자의 정당한 싸움도 농민들이 제 배를 가르고 제 몸을 불사르는 일도 죄 없는 청년들이 더러운 침략 전쟁에 총알받이로 가는 일도 단지 자기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일이지만 국익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그걸 거스르는 사람에게는 애국심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반역자라는 오명을 들씌운다.
예수 이야기 1
▒ 한국에 이렇게 교회가 많아진 건 박정희 군사 파시즘 이후의 일이다. 물론 그건 시간상의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한국 교회는 군사 파시즘의 홍위병이자 가장 충직한 선교사였으며 인민들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공간이었다.
"믿으면 받는다"는 한국 교회의 신앙관은 "하면 된다"는 군사 파시즘의 구호에 봉사했다. 한국 교회의 철저한 빨갱이 콤플렉스는 군사 파시즘의 존립 기반이던 반공주의에 봉사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관제 행사가 아니라면 여럿이 모이는 일조차 불편하던 시절, 인민들(특히 파시즘과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이중적 억압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마음껏 소리치고 교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들쥐, 혹은 레밍에 대한 단상
▒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은 역시나 유토피아가 아니라 제 식구 챙기며 사는 것이다. 그들이 파시즘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적극적인 반발도 적극적인 동의도 아닌 순응이다.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 한국 사회는 여전히 파시즘 상태에 있습니다. 새로운 파시즘, 군사 파시즘이 아니라 자본의 파시즘이지요.군사 파시즘은 억압과 폭력으로 우리를 다스리지만 자본의 파시즘은 우리에게 자본의욕망을 심어서 스스로 복종하게 만듭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본의 매우 충성스런 백성들입니다.
돈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남아 있어야 인간의 세상이라 할 수 있다.
글과 음악
▒ 글과 음악에 대한 내 모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면 이렇다.
좋은 글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며
좋은 음악은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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