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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교역을 반대하지 않으며, 자유무역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두려움은 이 지구적 시장이 예전의 우리 시장을 모조리 없애고야 말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도시로 밀려날 것입니다. 그러고는 날마다 첫 경매부터 숫자 게임에 좌우되는 값으로, 시골에서 먼 공장형 농장에서 생산한 음식을 사 먹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더 효율적이다."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당신네들의 시장, 당신들의 삶의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또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묻습니다. "모든 거래를 숫자로 환원시킬 때, 당신들이 인간적인 것을 모두 사라지게 했을 때,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 우리는 평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뱃속에 평화가 없다면, 머릿속에도 평화는 없다. Pa gen lape nan net, si pa gen nan vant." 아이티 같은 나라의 경우,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만 주고 그들을 말하지 못하게 놓아 둔다면, 그것은 위선적인 일입니다. 같은 이유로 그들에게 단지 말만 들려준다면, 그것은 선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제적 참여가 없는 정치적 참여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 세계 사람들 가운데 31억 명이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 갑니다. 이 사람들의 삶은 지구화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남용하면서 일찌감치 산업화한 서구 농업에는 애당초 경쟁 상대가 되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세계 경제는 농업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을까요?
자기 땅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도시로 떠밀려 들어갑니다. 도시에서는 직업도, 보건 시설도, 아이들이 닫닐 학교도, 심지어 마실 물조차도 구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땅을 따라 갑니다. 산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흙이 평야로 씻겨 내려간 뒤에는 사람이 뒤따릅니다. 흙이 평야에서도 씻겨 내려간 뒤에는 사람이 뒤따릅니다. 흙이 평야에서도 씻겨 내려가면 사람은 다시 한번, 흙이 바다로 씻겨 가듯 도시의 슬럼으로 쓸려 갑니다.
▒ 우린 분리하고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 구조의 폐허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과 언어는 이 구조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입니다.
▒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신을 볼 수는 없지만, 내 앞에 있는 당신을 볼 수는 있습니다. 신을 볼 수는 없지만 내 앞에 있는 아내와 여인, 사내는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속적인 세계를 통해 우리는 신을 압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경험하며, 정의를 감지하고 찾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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